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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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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soojee@gmail.com

작품 소개

“이곳에서 나는 발길 닿지 않은 섬과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켄싱턴에 위치한 렉스햄가든 7번 플랫의 작은방에서 실과 바늘을 들어 무용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무아의 지경에 이르는 것은 내가 섬이라는 사실을 잊게 해 그 움직임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누에가 실을 뽑던 동네 잠실을 떠나 런던에 나만의 잠실을 지은 것이다.”
- 작가 노트 中
'인연(因緣)'의 '연(緣)'자에는 '실 사(糸)'자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삶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실로 뒤엉켜있다. 탄생의 순간부터 배꼽에 굵은 실을 달고 태어나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연(緣)을 맺으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끊어지고, 이어지고, 풀리고, 뒤엉키기를 반복하는 일상은 한 덩이 실뭉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들의 가닥을 잡아 실과 함께 엮는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고독을 통해 만난 무의식의 형태들이다. 반복적인 동작으로 매듭을 엮어 형태를 쌓는 행위는 나를 무아(無我)의 지경에 둔다. 바늘로 실을 엮어 편물을 짜는 '뜨개'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매듭을 쌓아 형태를 만든다. 교차하는 실은 무의식과 의식이 오가는 궤적이며, 그 사이에는 만난 사람들, 바라본 풍경,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함께 짜여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태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자아, 즉 무아(無我)의 발견이자, 의식과 무의식이 충돌, 교차하며 남긴 궤적이다.

작가 소개

이수지 작가는 균형의 가치를 탐구한다.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는 양극의 가치들 사이, 중심을 관통하는 본질은 우주를 지탱하는 힘이자 작가가 작품을 통해 닿고자 하는 곳이다.
작가는 생성과 소멸, 분해와 결합, 축적과 소실과 같이 대비되는 가치 사이에서 진동하는 힘과 그 중심을 관통하는 본질에 대해 단순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한다.